참 평화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루카 12,51-53)고
악의가 가득 찬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처음 성당에 나온 사람이 이 말씀을 들으면 깜짝 놀라서
금방 돌아서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듣기에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오랜 신앙생활을 해왔던 신자들 역시 오늘 말씀을 들으면 어떤 의도로
이렇게 강하게 말씀하시는지 의아해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바라는 것은 '평화'이고 집안 식구들과의 '일치'인데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으며
집안 식구들이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요.
오늘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카 예언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북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풍전등화의 신세였던 남 유다도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미카 예언자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친구를 믿지 말고 벗을 신뢰하지 마라.
네 품에 안겨 잠드는 여자에게도 네 입을 조심하여라.
아들이 아버지를 경멸하고 딸이 어머니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대든다.
집안 식구가 바로 원수가 된다"(미카 7,5-6).
가장 가까워야할 부부 간에, 또 부모 자식 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불신과 분열,
악이 끼어드는 이러한 세상은 망할 수밖에 없고
하느님의 진노가 내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회개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미카 예언자는 호소합니다.
또한 이렇게 악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도
주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자는
주님께서 몸소 원수를 갚아 주시고 빛을 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줍니다(미카 7,8-10 참고).
오늘 예수님 역시 너무나도 가까워서 악이 감히 끼어들 것 같지 않은
인간관계에도 악이 끼어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비록 부부 사이나 형제 사이일지라도 그냥 넘어가지 말고 싸워
분열을 일으켜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우리가 깨어있지 않으면 부모와 자식 간이나 형제 간,
부부 간처럼 가까운 사이여서 도저히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관계 곳곳에 악이 끼어듭니다.
먼 옛날 미카 예언자 시대만의 말씀이 아닙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그것이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복음적인 것과 비복음적인 것,
또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놓고 갈등합니다.
어둠과 죄가 나날이 득세하는 세상을 살면서
노력은 하지 않고 "평화! 평화! 평화를 주옵소서"하고
노래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뭐'하며 덮어둔 채로 두루뭉술하게
살아가지 말고 힘들더라도 싸워서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면서 '평화를 주옵소서'라고 기도하고
노래할 때에야 참 평화가 올 수 있지요.
참 평화를 위해서는 일시적 분열이나 누군가와 맞서는 일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참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와의 갈등이라도 개의치 말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글 : 이 기양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