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 계
나는 내 주변 사람들 때문에 신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나의 소극적 성격이 늘 못마땅했다.
신학을 하면서 나는 이 성격을 ‘관계’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내가 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더라면
오늘날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차츰 ‘내’가 스스로 신부가 된 것이 아님을,
내가 만난 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를 신부로 만들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로 하여금 세상을 살게 한다.
이 관계는 나의 실존이다.
이 관계없이는 곧 남과의 이런 관계없이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내 인생은 그런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 번 주어진 인생은 그렇게 해서 죽음을 향한다.
잘 죽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사제의 길이 나를 그렇게 완성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 그분처럼 말하고 싶다, 이제민 신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