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이야기

"얘는 아주 깡패예요"

임젤덕산 2010. 9. 13. 16:18

우연한 기회에 연결되어 여성결혼이주자와 함께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상대방의 분위기나 심성을 파악하게 된 시점이 됐는지...

썩 잘하는 한국말이 아니지만 자신들의 속내를 조금씩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한다.

대상자인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연관되어 살고 있는 가족들도

자기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나는 마음 대해 귀 기울여 들으려 한다.

 

 


E는 한국에 온지 이제 6년이 다 되어 가는데

큰 딸아이를 보내는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물론 단순한 일을 한다.

간식 준비와 뒷정리 그리고 아이들 하루 일과 끝나면 청소를 하는 일이라고 한다.

힘들지 않느냐니까 집에서 하는 일과 같아서 어렵지 않은데

지금 하는 공부를 계속하지 못할까봐 마음을 쓰고 있었다.

한국어 수준검사를 했는데 그녀는 마지막 단계까지

무난히 풀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채우려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데 열성이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함께 공부하고나면 가르친 사람 역시 기분이 아주 좋다.

가끔씩 자기에게 변동사항이 있으면 전화를 한다.

통화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만큼 의사소통이 된다.

또 문자도 주고받는데 그녀가 보낸 내용에 오타나 오류가 있으면

그 다음에 수업하러 가서 틀린 것을 설명하고 수정해주곤 한다.


그녀의 우리 말 표현은 가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 돌이 채 안 된 자기 딸이 과격한 행동을 하니까

“얘는 아주 깡패예요. 저보다 나이 많은 언니와 사촌들과

어울리다보니 저도 지지 않으려고 그러나 봐요.”하고 말하여

내가 “깡패요?” 라고 반문하며 둘이 하하 웃은 적이 있다.

교재를 공부하면서 꿈 이야기와 문화차이를 얘기하는데

둘째 아이 태몽이 ‘소’꿈이었고 그래서 산부인과에서

딸이라고 해도 아들이지 않을까 했는데 둘째 딸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성격이 조용하지만 그 행동에서 침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읽게 된다.

휴식시간을 먼저 표현하고 간식으로 뭔가를 챙기려고 마음을 쓰고

아무 것도 없이 물 한 잔 내놓을 때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났는데 미처 찔 시간이 없었다면서

날 옥수수 몇 개 싸주는 데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그냥 뭔가가 통한다는 느낌이 전달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고국을 떠나서 향수에 젖고

외로움에 겨울 때는 좀 벗어난 것 같다.

남편과 살면서 시모가 가까이 계시는데

그들이 좀 더 교육적 지식적 배경이 있고 수준이 좀 높다면

E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와 한국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인데

이것은 지도사의 말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하는 말이다.

E는 자국어와 영어 그리고 다른 또 하나의 언어를

알고 있을 정도의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아이들과 가족들과 부대끼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익숙해져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녀의 삶에 응원의 박수를 힘껏 쳐주고 싶다.

그러면서 가슴시린 일 없이 무난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기원이 내 안에서 솟아난다.

 

E, 사랑해. 지금처럼 힘차게 미소지며 잘 살아가세요.

 

 

<첨부한 사진은 다문화가족센터 캠프 때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