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믿음과 종’ 이라는
두 단어를 가지고 묵상한다.
첫째, 믿음에 대해
사도들이 주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주십시오”라고 믿음을 청하였다.
제자들이 예수께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같이
저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루가11,1) 하고
청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라고 청하고 있다.
이들이 청하고 있는 ‘기도하는 법과 믿음’은 영성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이다.
청하는 것도 각자의 영적 수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영적 수준에 따라 어떤 사람은 물질적인 것을,
어떤 사람은 영적인 것을 청할 것이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믿음을 청하는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째 뽑혀서 바다에 그대로 심어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란
바로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믿음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복음을 믿기 위해서는 회개해야 한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행동으로 보여주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 생각으로 살아왔고, 내 능력으로 모든 것을 했고,
내가 모든 것을 판단했지만 이제부터는 복음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가르치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의 대표적인 모델이 바오로 사도이다.
이방인이었고 교회를 박해하던 바오로 이었지만 다마스커스에서
예수님을 만나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갈라 2,20)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오로 사도의 믿음이다.
믿음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믿음은 얼마나 오랫동안 믿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실 된 믿음으로 성숙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믿음의 근본이 잘못되어 있으면, 곧 복음을 믿지 않는 믿음,
복음에 근본을 두지 않는 믿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둘째,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사도들은 누구인가? 사도들은 보잘것없는 종이다.
종이 곧 그들의 신원이다.
올바른 믿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주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이미 자기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넘겨 드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자기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하느님께 넘겨주지 못한 것이다.
바오로가 서간 첫머리에 항상 “그리스도의 종 나 바오로가 이 편지를 씁니다.”
라고 적었듯이 자신이 하느님의 종임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성경에서 자신이 주님의 종임을 고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선 구약에서 아브라함은 자신이 ‘당신의 종’이라고 했고,
모세도 ‘당신의 종’(민수 12,7)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다윗도 ‘주님의 종’(2사무 7,5)이라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마리아도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하였다.
‘믿음’과 ‘종’이라는 두 단어는 사도들의 특성이며
영성생활을 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이런 기본적인 자세로 성숙해질 때 바오로처럼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매여 있지 않는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
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과 다같이 복음의 축복을 나누려는 것입니다”
(1고린 9,19.23)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유 광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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