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고개 도보순례
†. 한티고개 도보순례
- 순교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교구 주보 알림 공지를 통해서 해미성지에서 주관하는 도보순례가
4월 1일 토요일에 있음을 알고는 레지오 회합에서 순례를 갈 의향이 있는지
의견을 모아보니 6명이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과 내년이면 팔십을 바라보는 분도 계셨고
다른 분들도 칠십 중반의 연륜이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나서시겠다는 분들의 뜻이 대단하셨고
안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었다.
당신들 말씀마따나 가다가 안 되면 들쳐 업고라도 가든가
택시를 불러서 타고 오는 한이 있어도 가시겠다고 하셨다.
말을 꺼낸 내 불찰인가?!
암튼 뜻밖의 호응에 좋기도 하고 불안도 하고...
출발은 충의사에서 시작이라 했는데 궁리 끝에
한티고개 올라가는 길에 차가 갈 수 있는 데까지 모셔다 드리고
천천히 올라가도록 배려해드리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4월 1일 토요일...일기예보로 비소식이 있었는데
옅은 구름과 산들산들 봄바람에 따뜻한 날이 도보순례에 안성맞춤이었다.
팔순이 넘으신 어르신은 집안 사정 때문에 못 오신다고 하여
5명이 성당에서 만나서 12시 25분에 한티를 향해 가서
좀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네 분을 모셔다 드리고
나는 충의사에 12시 55분 도착.
버스 두 대가 보이고 승용차도 여러 대가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순례 온 교우들이 등나무 근처 신부님이 계신 곳으로 모여 들었다.
인사말씀과 함께 오늘 해미 성지까지 한티고개 넘어 순례하기에 앞서
말씀의 전례와 강복, 그리고 일정을 소개하고 걷기에 나섰다.
나의 일행을 앞선 장소에 모셔다 드렸으니 아는 이가 없다.
출발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자매님한테 인사하고 말을 텄다.
해미성당 교우이고 다른 사람 동행자들이 있었는데
나와 더불어 얘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다.
첫 번째 휴식터는 계곡장 모텔 옆이었다.
물을 마시고 간식과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 집결되니
곧바로 대치 2리 한티고개 순례길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나는 홀로 걸으며 묵주기도를 드리며 익숙한 길을 앞쪽에서 걸어갔다.
850미터 계속 오르막 경사길인데 마지막 인가를 지나고 나니
까딱까딱 오르는 산길이고 고갯길이었다.
앞서 간 우리 레지오팀 자매님들에게 전화하니
십자가의 길 기도 바치며 가고 있다고 했다.
충의사에서 출발한 일행은 한티고개에 당도하여
팔각정에서, 벤치에서 휴식을 하고 십사처 순례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십자가의 길 각 처마다 경배를 표하며 빠른 걸음으로 마지막을 지나서
더 걸어가니 묘지 근처에서 우리 레지오 단원을 드디어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처럼 반갑게 만나서 묘판에 앉아서 간식을 나누다 보니
결국 순례 행렬 맨 마지막 주자가 되어 따라가게 되었다.
산길을 다 지나서 해미 가는 구도로에 진입해서 더 내려가니
시내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왜 안 가느냐고 물었더니
시간이 일러서 잠시 서 있다고 하여 우리 일행 5명은
끝까지 걷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버스에 올랐다.
금세 해미 터미널에 도착했고
세 명은 해미성지로 가고 두 명은 해미읍성을 향했다.
나중에 성지 대성당에서 만나 각자 기도를 바치는데 순례일행들이 도착했다.
오후 5시 30분 좀 지난 시간에 신부님 세 분이 드리는 미사참례하고
식당으로 가서 맛난 저녁식사 공짜로 제공 받아 먹고
또 충의사까지 배려하는 버스를 타고 충의사에 왔고
주차해 놓은 차를 타고 성당에 무사히 당도한 시간은
저녁 7시 50분 가까운 시간이었다.
어르신 단원분들과 함께 하느라고 순례 코스를 완전히 걷지는 못했지만
좋은 뜻으로 함께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과
순례자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기도드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
주님께 감사 찬양 드리는 하루,
사월 첫 날을 이렇게 지냄에 아쉬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