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의 길

성지순례(12) 시나이산등반...

임젤덕산 2012. 4. 5. 17:43

 

 

다섯 째 날(‘12. 1. 24 화) -시나이산 등반 

침구류 여유분도 없고 솜이불도 아닌 모포 한 장,

벗어 놓은 옷이나마 모포 위에 얹고 웅크리고 누워 있다가

피곤한지라 잠이 들어 그래도 꿀맛 같은 잠을 자고 있는데

모닝콜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사람이 직접 와서 객실문을 꽝꽝 두드리는데

대답을 안 하니까 대답할 때까지 두드리는기라...

“네”라고 대답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어차피 꼭두새벽에 일어나리라 작심하고 잔거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세안과 양치하고 가방 메고 나섰다.

 

2시 5분쯤 올 사람 다 온 것 확인하고 버스로 산행 시작 지점인

카타리나 수도원까지 태워주어 2시 30분에 산행 시작.

불빛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막 한 가운데

높은 고지의 산에서 바라 본 별빛은

정말로 총총히 빛나고 있었고 은하수 길도 눈에 들어왔고

사실 너도 나도 별이 반짝이니까

내 살던 동네에서 선명하던 북두칠성이나 페가수스나

금성 같은 별들조차 무색하여 쉽게 눈에 안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차라리 밖에 나서니까 그리 춥지 않았다.

불과 이틀인가 전에는 이곳 기온이 영하7,8도까지 내려가고

바람이 차가워 산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날 산행은 잔잔하고 쾌청한 날씨에 걷게 되었다.

옳다, 이 정도 날씨면 멋진 일출을 기대할 수 있겠지.

 

또 하나의 진풍경은---

그 야밤에 낙타꾼들이 산행이 힘든 사람 태워주기 위해

곳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

그들은 한국말로 “낙타 안타?” “낙타 싸요, 이십오 달러!”

하며 호객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는 낙타 신세를 질 의향이 아무도 없었다.

시나이 산 오르는 중간 중간에 조그만 휴게소 같은

카페테리아가 있어 음료와 초콜릿, 캔디 정도를

구비해 놓고 있었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낮과 밤이 없는 동네였다.

 

맨 앞장선 가이드와 보조를 맞추어 가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니 제법 영어를 구사하고

한국말도 알고 있었다. “낙타 와요, 조심하세요, 빨리빨리,

천천히, 알고 있어요.” 등등...

어디가나 한국의 입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희한하고 신기하게 느껴졌고 기분 좋음이었다.

가는 길 내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랜턴을 비춘 돌길만 조심하며 걸어가야 했다.

 

최정상에 다다르기 마지막 코스에서 700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된 길과 다름없었다.

막 계단을 오르는 지점에 오니까 현지 가이드가 한국말로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카운트하는 모습이 재미있었고

좀 힘이 들었지만 선두를 놓치지 않고 앞장서서

마지막 카페테리아에 도착하니 5시 좀 지났고

일행 마지막 사람까지 도착하니 5시 반쯤이었다.

정상 고지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서 미사를 드렸고

뜨는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정상을 향했다.

넓지 않은 정상에는 이미 각양각색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고

그 공간 한 켠에서는 어느 동방교회인가? 사제와 신도들이

전례 예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6시쯤 되니 뿌연 동편 하늘에서 여명이 열리기 시작했다.

뭇사람들의 카메라 방향이 그리로 집중되었고

어둠에 갇혔던 붉은 돌산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니

멀고 가까운 돌산들이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 봐도 그냥 돌로 된 산 일 뿐.

시시각각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옛날 모세가 이 산에서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하며

십계명을 받을 때는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상상조차 불가능한 그 당시의 사건이라는 것...

그러나 과연 그 때 만의 사건인가?

매번 미사 드릴 때마다 받아 모시는 성체로

나는 하느님을 뵙고 하느님과 한 몸을 이루지 않는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시나이산이고

내가 만나는 이웃들이 하느님 얼굴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신앙으로 살아가기에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도 먼 것이 아닌가?

 

감히 두렵고 경외롭고 장엄한 이 산 정상을 뒤로하고

나는 철없는 아이처럼 두 팔 벌리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세와 대조를 이루는 스스로의 모습은 무엇인가?

현실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7시 경 하산이었다.

모래 흙먼지를 폴폴 내며 내려오는 길은

시나이 산 봉우리들을 사방으로 바라보며

환한 아침 하산이어서 무리하지 않았다.

 

우리 가이드 손○○ 형제한테 물어 보았다.

자신의 걸음으로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까지 얼마나 걸리냐? 고...

3시간 정도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