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이야기

당근 없는 잡채 될 뻔...

임젤덕산 2010. 10. 29. 17:40

당근 없는 잡채 될 뻔...

 

센터에서 이주여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방문지도사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소그룹으로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모여

한국의 문화 등을 체험하도록 하는 활동이 있다.

한 차수에 2회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한국요리 한 가지를

실습하기로 하고 준비했다.

 

요리실습을 인터넷에 들어가 방법을 찾아

요약 정리하여 프린트하고 마트에 가서

재료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다.

그리고 실습 전에 대상자에게 설명하고

가족들에게도 외출할 수 있도록 동의를 얻고... 등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날씨 좋은 10월 어느 날 

잡채밥을 실습하여 시식했다.

근데 필리핀 두 여성은 만들 때도 신나게 하더니

한 번 먹은 후 2차까지 맛있게 먹었다. 

베트남 여성은 간장 냄새가 난다면서 거의 먹지 못했다.

 

에피소드 한 가지....

모든 야채를 길쭉하고 가늘게 채썰기 해야 하는데

시범을 보여주고 그렇게 하라고 하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있는 사이에

당근을 채썰기한 후 그것을 곱게 다지기까지 해 놓았다.

‘오, 말이 원활하지 못해 행동으로 보여줬더니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완전 작품을 만들어 놓았네.’

다행히 여분의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 다시 채썰기 하여

재료를 집어넣었는데 여차하면 당근없는 잡채 될 뻔 했다.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연락처를 두고 받으며

친교를 갖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

이렇게 모여 활동하는 것의 좋은 점이었다.

지도사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집에 가서 차를 태워 데려와야 하고

끝난 후 집에 귀가 서비스까지 해야 하니

시간 소요가 많고 또 적지 않은 거리 운행으로

유류소비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암튼 함께 얼굴 마주하고 한국의 전통요리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면서 어려운 과정이 아니므로

다음에 어떤 기회가 있을 때

배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