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이야기

서로 말 통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임젤덕산 2010. 10. 6. 17:55

 

 

 

“안녕하세요. ○○○있어요?” 지도사가 며느리 찾는 소리를 듣고

장날이라서 장보러 갔다고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널다가 시모가 나오시며 대답했다.

수업시간을 착각한 C, “어이구, 서로 말 통하는 것이 이리 쉽지 않구나!”

그렇지만 며느리가 외출한 시간에 시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이

기다림을 상쇄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일을 계속하시라고 했더니 일 다 했다고 하시며

방으로 들어와서 기다리라며 선풍기를 틀며 권유하시어 들어갔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을 쭉 펼쳐 말씀하기 시작했다.

신안의 한 섬으로 시집와서 농사지으며 오랫동안 살다가

자식들 교육과 결혼을 위해 이래저래 땅을 다 팔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6년 째 살고 있노라고 하셨다.

맨 위로 소생한 두 자식은 잃었고 그 다음으로 낳은 자식이 맏딸,

그리고 세 아들을 낳았는데 지금 함께 사는 아들이 막내아들이라 하셨다.

자기는 어찌된 팔자인지 외국 며느릴 둘이나 보았다고 했다.

큰 며느리만 한국 사람이고 둘째 아들이 조선족 중국여자와 결혼하여

목포에서 장사하면서 잘 살고 있고 그런 연관으로 인하여

막내아들도 중국 며느리를 보았는데

한 달 정도 살다가 도저히 안 되어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뒤 다시 캄보디아인 현재 며느리를 얻었고

손자 하나가 있는데 세 살 이었다.

3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데 언어 소통에 문제가 많아

지금도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기 어렵다고 했다.

시모인 자신이 밭에서 일할 때 며느리가 도와 드리는가 했더니

자신을 따라다니며 일머리가 있어 보면 일을 잘 한다고 하셨다.

한국음식 요리와 식사준비에 대해 물으니 대상자인 며느리가

알아서 시장보고 밥하고 반찬 해먹고 잘 하니까

식사에 대해서 거의 참견하지 않고

김장이나 김치 담그는 것만 자기가 해결한다고 하셨다. 

조선족인 둘째 며느리는 말이나 다른 것에 문제가 없었는데

C는 맨 처음 시집왔을 때 정말 서로가 답답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안 통하는데 매일 눈물 흘리며 힘들어 하니

하도 보기에 딱하여 친정에나 다녀오면 괜찮겠지 하여

자기 주머니 돈을 탁탁 털고 큰 아들에게 좀 더 보태달라고 하여

여비 마련해서 보내줬다고 하셨다.

외국 며느리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나지막한 한숨을 쉬셨다.

 

그러고 있는데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걸어서 시장 다녀온 대상자 C.

시간을 잘 못알았다는 것을 말하고는 점심준비 한다고

바로 부엌으로 들어서서 반찬을 준비했다.

시모께서 지도사에게도 함께 식사하자고 하여

어차피 시간이 늦었어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그들의 권유에 따라 짭짤한 간 고등어 구이에

하얀 쌀밥을 맛있게 먹고 설거지도 마치고 느긋하게 공부를 했다.

 

 

 

C는 참 순진하고 착한데 자신감이 부족하여

말을 흘려버려 불분명하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매번 공부할 때마다 잘한다고 칭찬과 고무를 해주곤 한다.

서로 눈이 마주칠 때 왠지 정이 가고

자신 있게 말하고 행동하면 자기한테도 주변도 좋을 텐데

너무 소극적인 것이 보기에 안타깝다.

글자를 얼마나 깔끔하고 예쁘게 쓰는지 글씨 쓸 때마다 잘 쓴다고 칭찬해주면

수줍은 듯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약간 외로 빼고 쓰는 모습이 참 귀엽다.

지도사 입장에서 보는 남편의 분위기는 한국적 가부장의 태도가 농후하다는 느낌이다.

공부하고 있는데도 C에게 커피 타 달라, 세탁기 돌려라 등등

옆에서 보기에 민망한 태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때

그냥 그 상황을 흘러가게 하고 기다렸다가 수업을 진행하곤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의 가정교육의 문제일까 학교교육의 문제일까? 혼자서 질문해 본다.

상식이나 교양 등은 타고난 것이기 보다 교육이고 습관일 텐데

이런 부족함들은 어찌 해결할 수 있을까?

현시대의 좋은 대중 매개체인 TV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것을 신경 써서 계속 세뇌하듯이 해주면 좀 나아질까?

이주한 외국여성들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도 해결할 숙제이지만

우리 자신부터 필요한 것을 보충하거나 갈고 닦는 것도 해결해야할 숙제일 것 같다.